대법, 근무 첫날 4시간 일하고 사망…업무상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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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승훈 댓글 0건 조회 5,000회 작성일 10-02-10 00:00본문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일 공사현장에서 4시간가량 일하다 숨진 사건에서 항소심은 근로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업무상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업무상재해로 판결했다.
30년 경력의 철근조립공인 S(53)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설치공사 현장에 채용돼 이날 밤 9시30분부터 야간작업을 하던 중 다음날 새벽 1시경 오한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나는 등으로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이 힘들게 되자 작업반장의 허락을 받고 숙소로 돌아와 누워 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틀 뒤인 5월19일 오후 7시께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 뒤 뇌출혈로 숨졌다.
이에 유족이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공사현장에서 3시간 반 정도 작업한 사실로 봐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나 과로가 인정되지 않고, 또한 작업도중 몸이 피곤해 쉬겠다고 해 숙소에 있다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도중 사망했다는 이유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했다.
◈ 1심 “업무상재해” 원고 승소 판결
이에 S씨의 처인 J(5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2008년 9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새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망인이 작업반장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하고 숙소로 돌아간 후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이불에 용변을 볼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반장은 망인의 상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혼수상태에 빠질 때까지 방치한 사실, 만약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회사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부담하는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이 추단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 “업무상재해 아니다” 1심 판결 뒤집어
반면 서울고법 제3행정부(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작업중 오한을 느껴 숙소로 돌아와 병원으로 수송되기까지 숙소에서 상태가 악화된 것을 두고 업무수행 중이었다거나 업무 때문에 상태가 악화됐다고 할 수 없다”며 “설령 사업주에게 망인의 상태를 미리 확인해 병원에 일찍 후송하지 않은 보호의무위반의 잘못이 있더라도,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된 뇌출혈의 발병이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대법 “업무상재해 맞다” 원심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J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의 당시 작업현장은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저산소 상태였고, 냉기를 느낄 정도의 온도였던 점, 망인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일 바로 야간작업에 투입돼 터널 내 19m 높이의 천정 돔에 철근을 조립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로 인해 생체리듬이 바뀌고 신체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망인이 기존질환으로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이 있었으나, 종전 아파트 건축현장 등에서 철근조립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공사현장에 투입돼 작업을 시작한 후 두통을 호소하는 등 뇌출혈의 전조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숙소에서 이틀간 방치돼 결국 뇌출혈로 사망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터널 내에서 작업해 온 기존 근로자들에게는 과중한 업무가 아리라고 하더라도 고혈압 등의 기존질환을 보유한 망인에게는 새로이 시작한 터널공사 현장에서의 야간 철근 조립작업이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과중한 업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정이 그렇다면 급격하게 변화된 작업환경 하에서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기존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망인이 뇌출혈로 숨진 것으로 추단된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작업시간이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출처 :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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